macine (2007.8)

힘줘!

숨쉬고.

힘줘! 힘!

한번 더 숨쉬고,

좋아!

숨쉬고,다시..

힘줘! 힘!

힘! 힘!

좋아!

힘줘!

힘주고!

조금만 더..

힘! 힘!

그래,잘 했어!

자아,숨쉬지 말고.

나는 1967년 여기서 태어났다.

마당엔 해바라기가 피어있었다.
아버지는 내 이름을 장 샹양이라고 지으셨다.

해바라기

이리 온,샹양아.

어서,샹양아..이리 와봐..

어떤 거 가질래?

그날부터..

내 운명은 화가로 낙찰되었다.

아버지도 화가셨다.

아버지는 내가 화필을 고른 것에 흡족해 하셨다.

빨리..

내려 와!

누구야?

가자.

그래 가자.

재미없잖아.

누구 온다!

요놈의 자식들!

어딜 숨어?

게서 뭣들 하는 거야?

니가 그랬지!

뭘?

아빠한테 일를거야!

일러라.

바지는 왜 찢어졌어?

안찢어졌는데.

지붕에 또 올라갔대요!

그렇게 얘기했는 데!
다친다고 했지!

말을 안듣니!

거기 안서!

시칭...

깅엔..

샹양아..

이리 와.

이리 와봐.

아빠야.
'아빠'라고 해봐.

어서!

머리는 왜 그래요?

괜찮아..어디 부딪쳤어.

집에 가요.

- 아빠!
- 숙제나 해.

이게 누구야,돌아왔어?
이거 손이 더러워서..

언제 왔나?

지금 금방.

이게 그러니까..

6년만이지.

힘들었겠군.
자네 문제는 다 잘된건가?

아직 좀 그래.

뭐 돌아왔으니 된거지,이런 참.

가족끼리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해야지.

고맙네,내가 하지.

놔둬,하던 김에 하게.

아냐,내가..

샹양아,아빠 돌아오셨잖아.
먹지만 말고 아빠라고 해봐.

어서!

괜찮아,금방 왔잖아.
아직 낯설어서 그럴거야.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 해요?

아빠는 아무 짓도 안하셨어.
둘이 그냥 장난친거야.

가서 자.

가서 자래두.

숙제부터 끝내고 밥먹어,알았어?

점심 때 못와요.
알아서 좀 챙겨 먹어요.

하나,둘,셋..야!

내가 첫째야..

그만해,됐어..

야 그만하라니까!

집에들 가라!

이 쪼다야!

니가 쪼다지!

됐어.

함 더 붙어볼래!

그래 해보자!

- 와봐.
- 쪼다래요!

누구한테 그래!
쪼다들아!

얼레리 꼴레리 오줌싸개래!

집에 가!

손 놔!

우리끼리 놀자.

하나,둘,셋..

엄마.

뭐해요?

해바라기 좀 심게.

노동교화소에서 실컨 해놓구,또.
나가 놀아라.

날이 궂으면 삭신이 쑤셔.
가끔 손도 막 떨리고.

마음대로 안돼..

그림은?

된일에도 끄떡없었는데.

교화소에서 쟁기질과 목수일을 배웠지.

의자도 잘 만들어.

얘가 뉘집 자식이야?

나와봐요!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웬 소란이요?

누가 책임질거야?

아무도 없나.

뽄대를 뵈줘야지!

봐요.

얘 눈 좀 보라구!

눈 멀뻔했잖아.

말로 해요,괜찮은데 뭘.

이게 괜찮아요?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
애 눈 좀 봐요!

어서 병원에 데려가요.

니가 그랬니?

아니.

주머니에 뭐냐?

암것두.

꺼내봐!

딴 것도.

없는데.

다 꺼내!

샹양이한테 그림을 가르쳐야겠어.

그림?

당신이 화가잖아요,
좋은 일도 없어놓고.

말썽은 안피우겠지.

샹양아,연필로 아빠한테
그림 좀 그려줘봐라.

뭐 그리는데?

네 마음대로,비행기든,
대포든,기차든,자동차든..

어디 보자.

잘 그렸네!

잠깐만..종이 더 줄테니.

딴 것도 그려라.

천천히 해.

- 저기..저기!
- 왜?

변소 좀 가게.

갔다 와.

보!

가위,바위,보!

뭐 그려?

아빠 그려 봐.

아요! 으..

설사 나올라 그래!

하나,둘,셋..

고 참을 못참어서 또 놀러나가!

그거 내놔.

전부 다!

안 내놓을거야?

싫어? 이리 내놔.

똑바로 서!

앞으로는 못나가 놀줄 알아.

알았어?

알았냐구?!

집에서 그림만 그려!

아우..

배 아퍼..변소 갈래!

변소? 그냥 있어!

못참겠는데!

꾹 참아.

어디 가.

그림이나 그려.

바지에 싸겠는데!

어서..

진짜,나올라..아우!

바지 빨아.

싫어! 누구 잘못인데.

내 잘못이라고!

바지 안빨래?

싫어!

말 안들어!

싫어!

안한다고?

안해!

안한다고?

안해!

그래도 안빨아?

엎드려,할래 안할래?

안해!

- 안해?
- 안해!

어디 고집을 부려!

안할래?

싫어,안해,미워!
뭐하러 돌아왔어!

내가 밉다고!

아야!

샹양아!

어딜 간게야?

낸들 아나요.

샹양아!

샹양아...

고놈의 자식 첫날부터 애먹이더만..

날 애비로도 안여기는 눈치야.

아직 어린애라 그래요.

아직 낯이 설어서.
이 고집쟁이.

어디 간거지?

엄마!

지진이다!

샹양아!

엄마!

- 샹양아!
- 엄마!

내려 와.

무서워.

샹양아!

샹양아!
빨리 아빠한테로 뛰어내려!

무섭다니까!

샹양아,어서 뛰어내려!

뛰어!

벽 좀 봐!

국가지진국 발표에 따르면...

유례없는 7.5도 규모의 지진이

탕산 지역을 강타했으며

베이징까지 그 여파가 미쳤습니다.

또한 강력한 여진이 우려됩니다.

샹양이 어디갔지?

냥아..

인민해방군은...

냥아..

복구에 앞장서..

샹양아,여긴 위험해.

아빠하고 막사로 돌아가..

냥아..

1976년 7월 28일..

샹양이가 왜 저러지?

고양이가 없어졌대.

겁나서 달아났구나.
금방 돌아올거야.

안돌아오면요?

이게 고양이 대신이다.

가짜잖아,움직이지도 않는데.

- 이래도?
- 움직이네.

나도 한번.

가져도 돼.

그래.

신난다.

야 쪼다들아!

좀 봐!

고양이 좀 보여줘.

빨리,좀 봐!

위대하신 영도자 모주석께서는...

샹양아,조심해!

솜씨 좋네.
목수일에 전기기술까지!

교화소에서 배웠지.

하루에 고작 물 한 양동이라니.

먹고 세수도 못하겠네.

옷이 다 엉망인데 어쩐담.

그냥 놔둬 봐.

아빠!

아빠아..

만두 다 익었네!
식사해요!

와서 만두들 들어요!

맛있다!
춘절(중국 구정)같아.

자,여러분!
컴컴한 데서 먹지 않아도 돼요!

장선생,불 켜요!

야..

야아아아!!

다같이 노래합시다!

좋아요!!

노래는 "힘차게 단결하세",시작!

힘차게 단결하세.
힘차게 단결하세~

강철같은 힘으로.
강철같은 힘으로~

강철보다 굳건하게,
강철보다 굳세게~

누가 훔쳤다고 야단이야?

우리 집 앞에 있던 걸 집어갔잖아요.

댁네 거라구?
땅바닥에 있던 걸 줏은 건데.

우리 집 앞에 있던 거라구요!

엄한 사람 도둑으로 모네!

무슨 일이야?

집에서 나온 나무를 집어가잖아요!

무슨 권리루 그런 소릴 해?

우리 껀데,권리는 무슨?

다들 잘 봐요!
나무에 어디 이름 써있나!

아주 웃겨!

누가 웃겨?

증거 대봐.

내가 보증하지요.

나무는 장씨가 의자 만들려던 겁니다.

당신은 또 왜 나서?
친한 척 그만 두시지.

잘못된 일이 있으면
누구라도 나서야지요.

참 되게 선량한 척하네.

무슨 말이요?

잘 아실텐데.

남들 다 아는 일을.
장본인만 통 감 못잡네.

댁이 왜 6년간 교화소 신세를 졌게요?

저 사람이 신고한 거라구요.

무슨 소리야!

사실이잖아요!

집에 가!

갈거에요..

집에 들어가!

인물 나셨네.

밀지 말아요!

나도 마음 고생이 심했네.

자네 가족들한테는 면목이 없네.

억지로 '의견서'를 쓰게 했어.

두 사람도 내가 소개했고
우린 절친했잖아.

자네한테 해가 될줄은 몰랐어.

아는대로 쓴 것뿐인데.

설마 그걸

무슨 과오의 증거 삼을 줄은.

무슨 나쁜 말을 쓴게 없는데.

내가 그런 맘을 먹었겠나?

이제와 이래봐야 소용없지만.

할말이 없네..

그저 용서를 빌겠네.

우리 둘다 화가지.

손만은 어떻게 하지 말라고 애원했지.

귀도 안기울이더군.

짓밟아 부러뜨려 놓더군.

의사도 못고친대.

쓸모없는 손이 된거지..

화가로서는 끝장난거야.

아무도 용서 못할거야.

전체 당원 동지들과 인민해방군,
그리고 중국 인민 여러분

우리 당과 군,인민의 위대한 영도자이시고..

국제 공산주의자 계급의 지도자이시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이시며..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이신

마오 쩌 둥 동지께서..

1976년 9월 9일 오전 0시 10분 돌아가셨습니다.

작업반에서 자네를 선처할걸세.

문화성 산하 극단에 배치했네.

나로서는 최선을 다 했어.
부디 잘 되길 바라네..

그만 마셔요,그래도 어엿한 일자린데..

그만 좀 마시라니깐.

안녕하세요!

- 샹양아,금새 영화 시작한대,갈거지?
- 어!

그림 마칠 때까진 아무 데도 못가.

내 자리 맡아놔.

그래.

다 했어.

이게 그림이냐?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이건 엉터리야,다시 그려!

영화 시작했을텐데.
내일 그리면 안돼나?

무슨 영화? 무슨 내일?
당장 다시 그리라고!

싫어,안 그릴래.

다 영화 보러 갔는데,
나만 이게 뭐야.

제대로 안그리면 절대 못나가!

가게 해주지..

안돼,오냐 오냐 하면 버릇된다고.

뭣 하느라 이제 와?

빨래 떨어졌네!

이런!

오늘 우리는 새로운 당 주석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우리는 4인방의 권력을 타파해야합니다!

왕흥원,장춘차오,장칭,야오원위안,이들을!

마오주석의 말씀은 영원하다!

4인방을 타도하라!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지지한다!

4인방을 타도하라!

던져,샹양아!
어서 놔버려!

장 샹양 학생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급우들을 보호했습니다.

이는 타의 모범이 되는 영웅적인 행동입니다.

학교에서는 샹양 학생에게
붉은 소년근위대의 특별 대원증을 수여합니다.

샹양아,날 봐라,내 눈을.

자 한장에 50마오.

더 싼 거는요?

두장에 1위엔.

고마워요.

자 한장에 50마오.

이거?

이거는.

한장에 80마오.

저거는요?

한장에 1위엔.

이거는?

한장에 80마오.

아저씨.

아버지!

왔구나.

새 아파트는 어떻게 됐어요?

안된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어쩌라구,기다리라는데.

기다려?
뭔 수를 내야지.

왜 다들 새 아파트 타령이지.

모두 뒷궁리를 한다구요!

아파트가 얼마 안되니까...

극단에서도 난리야.

- 그게 무슨 짓인지.
- 애 좀 써요.

위에 선물 좀 해볼까?

뭣하러!
되야 되는 거지.

꽉 막혀서는.

오늘 뭐 했냐?

선생님이 실사 스케치를 해오래서요.

좀 보자..

괜찮구나.

샹양아!
빨리 도망쳐!

빨리!

거기 못서!

고마워.

안돼,조건이 있어.

무슨?

그린 거 보여줘.

왜 날 그렸어?

스케이트 잘 타니까..

내일..담배랑 좋은 술이랑 사서
감독한테 가봐요.

이거 받아.

쭉 넘겨 봐.

언제부터 그린 거야?

니가 붉은 스카프 하고 온 날.
눈에..확 띄었거든.

샹양아,가자!

늦장 부리긴.

왜요,안받아요?

못하겠어..
누가 보면..떳떳치 못하게.

그놈의 체면은.
제대로 하는게 없어.

나도 가르쳐줘!

겁내기는,어서!

조심해!
엄마야!

손 붙잡아!

옷 안벗어?
동태 된다!

샹양이한테 돈 줬어요?

아니..

안녕하세요?

그래 돌아오셨네.

오늘은 무슨 수업했냐?

야외 스케치가 다 안끝났어요.

선생님은 네 그림이 어떻다든?

잘 한대요.
초상화 쪽에 소질이 있다고...

이놈의 자식!
한달 넘게 수업에 안들어갔잖아.

배짱 한번 좋구나.

거리에서 물건이나 팔면서.
우리가 끝내 모를 줄 알았냐?

진짜,줄곧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잖아.

그 학교 보내느라 쓴 돈이 얼만데
미안하지도 않아!

나 그림 안그릴래요!

그럼 뭐 하게?

일할거에요.

베개 속의 돈은 어디서 난거냐?

축하 카드 팔아서요.

그 돈으로 뭘 하려고?

사업하게요.

사업?
지금 네 주제에 무슨 사업을 한다고!

대체 무슨 심보니?

대학에 못가면 장차 뭐가 되겠니?

대학이 단가,누가 그딴 소릴 해요?

내가 그런다.
다들 자식 대학 못보내서 난린데!

안간다는 이유가 뭐니?

종일 날건달같은 놈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오늘 같이 스케이트 타던 여자애는 누구냐?

반 친구에요.

반 친구?
사귀는 애냐?

아뇨.

다시는 바보 짓은 용납 못해!

그림 공부 계속해서 대학 가는 거야.
두말 않는다!

내일부터는 학교도 가지 말아.

나하고 같이 작업하는 거야.

이리 와라.

앉아서 그려.

뭘 그리라구요?

날 그려.

아버지한테 들통났어.
종일 감시하고 돈도 뺐겼어.

그래도 광저우에 갈거야?

그럼.

기차비 알아불께.
이삼일 안으로 떠나자구.

부모님이 가게 할까?

그냥 떠나고 보는 거야.

돈만 좀 생기면..신경 쓸 일도 없고.

걱정하실텐데.

나중에 편지 쓰지 뭐.

나도 갈까?

좋지,근데 늬네 부모님은?

신경 안쓸걸.

일자리 생겼다고 하지 머.

됐네,약속한거다!

응..

아파트 자리가 날지도 몰라요.

진짜?

거봐요,선물 덕이에요!

오후 3시 기차야.

내꺼까지 갖고 있어.
유 홍한테 꼭 말하고.

말 전해줄께.

다 그렸어요.

괜찮은데.

나보다 낫군.

좀 쉬어라.
점심 가져올테니.

리우,이야기 좀 하세.

그래,뭔데?

자네 아들한테 샹양이를 놔두라고
몇번 타일렀네.